엔비디아의 치맥 회동: 글로벌 AI 동맹과 경쟁의 향방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이 최근 한국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을 가진 사실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 네이버 등 한국의 대표 기업 총수들과 함께 강남 치킨집에서 ‘깐부’를 외치며 건배하는 장면은 마치 K-드라마 한 장면 같았는데요. 황 CEO는 15년 만의 방한에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만나며 “한국에서 기뻐할 발표”를 예고까지 했었습니다. 도대체 엔비디아는 왜 한국에서 치맥까지 곁들여 가며 이례적인 동맹 행보를 보였을까요? 또 그 이면에는 OpenAI와 AMD를 둘러싼 어떤 글로벌 AI 전략들이 숨어 있을까요? 이 흥미진진한 AI 삼국지의 속사정을 풀어보겠습니다.
엔비디아, 한국에서 ‘깐부’를 찾다 – 그 속내는?
엔비디아가 한국의 기업 및 정부와 맺은 파트너십은 단순한 고객 확보 그 이상입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한국에 최신 GPU 26만 개를 공급하는 사상 초유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중 5만 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한국형 초거대 AI 모델 개발 등 공공부문에 투입되고, 나머지 20만여 개는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 등 기업들의 AI 혁신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이렇게 대규모 하드웨어를 퍼붓는 것이 어떤 이득일까요? 그리고 각각의 기업들은 이 동맹을 통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걸까요?
- 삼성전자 – AI 공장과 차세대 메모리 동맹: 삼성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메가팩토리를 구축합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생산 라인에 AI를 접목해 실시간으로 생산을 최적화하는 거대 스마트 공장을 만들 계획이죠. 이를 위해 엔비디아 Omniverse 플랫폼과 GPU 5만 개 이상을 투입해 제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지능형 네트워크로 연결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고 똑똑해지는 미래형 공장인 셈입니다. 또한 삼성과 엔비디아는 차세대 메모리 HBM4 개발에도 협력하는데, 이는 AI 연산에 필수적인 초고속 메모리를 선점함으로써 엔비디아 GPU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삼성이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현대차 – 자율주행·로보틱스에 AI 엔진 장착: 현대차 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합니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 물리적인 산업에 AI를 넣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양사는 한국에 공동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GPU 5만 개(블랙웰 시리즈)를 투입해 자율주행 알고리즘 학습, 공장 자동화, 로봇 제어 등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젠슨 황은 “자동차 설계부터 제조, 자율주행까지 AI가 모든 것을 혁신하고 있다”며 현대차와 함께 “똑똑한 자동차와 공장을 만들어 미래 수조원 규모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대차로서는 엔비디아 AI 플랫폼을 통해 테슬라 등에 뒤지지 않는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스마트공장으로 제조 효율도 높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 SK그룹 – 통신·클라우드에 AI 심기: SK는 그룹 차원에서 산업용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섭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아시아 최초의 제조 산업 특화 AI 클라우드를 만들고, 이를 정부·공공·스타트업에도 개방할 계획입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데이터나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플랜트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디지털 트윈으로 학습시키고 최적화하는 식이죠. 또한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3사(SKT·KT·LGU+)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엔비디아와 함께 차세대 AI-RAN 기술도 공동 개발합니다. AI-RAN이란 6G 시대를 대비한 AI 기반 통신망 기술로, 기지국 네트워크에 AI를 접목해 통신 품질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개념입니다. SK로서는 통신망 지능화와 산업 AI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것이죠.
- 네이버 –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 네이버는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를 이끌어온 기업답게, 이제 클라우드와 초거대 AI 분야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와 함께 “Physical AI”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밝혔는데요. 쉽게 말해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AI입니다. 제조·조선·에너지·바이오 같은 전통 산업 현장에 클라우드 AI 인프라를 넣어, 실제 환경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는 이를 두고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로 가듯, 이제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 들어가는 ‘Physical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한국어 초거대언어모델(하이퍼클로바 등)을 개발해왔는데,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클라우드 인프라와 산업 AI 플랫폼 측면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는 국내 서비스에 해외 빅테크 AI를 그대로 쓰기보다 자체 AI 생태계를 갖추려는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의 동맹은 AI 하드웨어부터 산업 현장 적용까지 폭넓은 분야를 망라합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한국에 대규모 GPU를 공급함으로써 사실상 국가 단위의 AI 표준을 자사 플랫폼으로 묶어두는 효과를 얻습니다. 한번 인프라가 깔리면 후속 업그레이드나 유지에도 엔비디아 기술이 쓰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경쟁사 진입을 막는 높은 진입장벽이 되니까요. 또한 이러한 민관 협력은 미국 정부도 반길 일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일본·한국과 첨단기술 동맹을 강화하며 AI, 반도체, 양자, 6G 등에 협력하기로 했는데, 엔비디아-한국의 파트너십은 그 청사진에 딱 부합합니다. 반대로 중국에는 선뜻 수출하기 어려운 최첨단 AI칩을 우방국 한국에 공급함으로써, 미국-한국 모두 안보와 산업 측면에서 윈윈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한마디로 엔비디아의 한국 러브콜은 기술·경제·외교적으로 다목적 포석인 셈입니다.
OpenAI의 행보 – 엔비디아 독주 속 양다리 전략
엔비디아가 이처럼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엔비디아 GPU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한 몫 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OpenAI가 있습니다. ChatGPT로 촉발된 초거대 AI 열풍의 주인공인 OpenAI는 엄청난 규모의 연산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데요. 지금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 GPU 수만 개를 활용해왔지만, 최근 새로운 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멀티 벤더 전략,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OpenAI는 올해 엔비디아와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을 맺었습니다. NVIDIA 시스템 10GW(기가와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를 앞으로 OpenAI 전용으로 구축하기로 한 것이죠. 10GW라 하면 감이 안 올 텐데, 엔비디아 GPU 수백만 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OpenAI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33조 원)를 단계적으로 투자해가며 설비를 늘려주겠다는 파격 제안까지 했습니다. 그야말로 AI 슈퍼컴 동맹이라 부를 만한 협력인데요. 엔비디아의 창립자 젠슨 황조차 “과거 DGX 슈퍼컴부터 ChatGPT까지 엔비디아와 OpenAI가 서로 발전을 견인해왔다”며 “이제 10GW 인프라로 다음 지능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OpenAI 측도 “컴퓨팅 파워가 모든 것의 시작이며, 엔비디아와 구축하는 인프라로 새로운 AI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화답했죠. 한마디로, OpenAI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와 한배를 타고 차세대 AI 시대(AGI, 초지능)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 셈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OpenAI가 한편으로는 다른 루트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불과 엔비디아 협력 발표 2주 후, OpenAI는 AMD와도 깜짝 파트너십을 공개했습니다. 6GW 규모의 AMD GPU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인데요. AMD는 엔비디아의 거의 유일한 경쟁 업체로, 그간 AI 시장에선 한참 밀려있었지만 이번 딜로 단숨에 대역전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계약에 따라 OpenAI는 AMD의 차세대 Instinct MI450 가속기 수십만 개를 2026년 말부터 순차 도입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OpenAI가 AMD에 지분 10% 상당을 얻을 수 있는 워런트(주식 매입권)도 함께 받았다는 점인데요. OpenAI가 향후 AMD GPU를 제대로 써서 6GW 모두 도입하고 AMD 주가도 목표치에 도달하면, OpenAI는 AMD의 중요한 주주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분으로 엮인 파트너 구조 덕분에 OpenAI는 AMD와 운명을 같이하며 GPU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하고, AMD는 수조 원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OpenAI의 조언을 받아 소프트웨어까지 개선할 발판을 얻었습니다.
OpenAI의 양다리 작전 배경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GPU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붐이 일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OpenAI조차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 보고에 따르면 OpenAI의 2025년 예상 매출이 127억 달러임에도 엔비디아 GPU 구매와 전력 사용량으로 인해 여전히 큰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연산 수요가 폭증하는데 한 업체 제품만 쓰는 건 위험하겠죠. 실제로 OpenAI는 16GW에 달하는 목표 인프라 중 엔비디아 10GW + AMD 6GW로 이원화하여,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으로 메우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협상력도 높이려는 의도입니다.
둘째, 비용 구조와 기술 자립입니다. 엔비디아 칩은 성능 최고인 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반면 AMD는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고, OpenAI로서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체 칩 설계도 고려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데, 실제로 OpenAI가 브로드컴과 맞손 잡고 AI 특화 칩을 공동 개발하려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는 구글이 TPU라는 자사 AI칩을 만들어 쓴다든지, 아마존이 자체 칩을 개발하는 흐름과 비슷하게, OpenAI도 궁극적으로 독립적인 하드웨어 전략을 꿈꾸는 것일지 모릅니다. 엔비디아와도 손잡고 있지만 미래를 대비해 플랜 B, 플랜 C를 준비해 두는 셈이죠.
셋째, 기술적 주도권입니다. OpenAI가 엔비디아, AMD 양쪽과 협력하는 것은 하드웨어 개발 로드맵에까지 관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엔비디아와는 차세대 모델에 맞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공동 최적화하기로 했고, AMD와는 여러 세대에 걸쳐 긴밀히 협력하며 MI300X, MI350X에 이어 MI450까지 개발부터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런 칩을 만들어달라” 요구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지겠다는 것이죠. 이는 AI 모델 개발사가 칩 설계에 입김을 넣는 새로운 산업 협력 모델입니다. OpenAI 입장에선 최적의 성능을 끌어내고 향후 AGI에 필요한 특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양대 GPU 제조사와 모두 밀월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AMD의 야심 –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장
PC CPU와 GPU 시장에서 만년 2인자 취급을 받던 AMD는 이번 OpenAI 협력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발표 직후 AMD 주가는 하루 만에 25% 이상 폭등했고, 한때 35%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이 열광했죠.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철옹성에 금이 갔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AI 시대에 최대 손님(OpenAI)을 잡았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AMD의 리사 수(Lisa Su) CEO는 이번 딜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AI 구축 프로젝트”라며, 향후 4년간 수백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기대했습니다. OpenAI 같은 혁신 기업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AMD Instinct 시리즈 GPU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회복되었고, AMD도 “이번 파트너 관계는 AI 생태계 전체를 진일보시킬 윈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AMD 앞에는 과제도 없지 않습니다.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입니다. 엔비디아는 10여 년 넘게 쿠다(CUDA)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을 끌어모아 왔고, AI 연구자들은 엔비디아 GPU에서 돌아가는 라이브러리와 툴에 익숙합니다. 반면 AMD의 GPU 컴퓨팅 플랫폼인 ROCm은 오픈소스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셋업이나 호환성 면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죠. 쉽게 말해 “엔비디아 카드는 꽂으면 바로 되는데, AMD 카드는 드라이버 잡기 복잡하다”는 평판이 있었던 겁니다. OpenAI도 이런 점을 알기에 단순히 하드웨어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AMD와 긴밀히 협력해 소프트웨어 최적화까지 함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예 OpenAI를 AMD 주주로 얽어매 놓은 만큼, OpenAI의 엔지니어들이 AMD 생태계 개선에 발 벗고 나설 가능성도 큽니다. 이는 AMD로서도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라, 엔비디아에 비해 부족했던 개발자 지원과 소프트웨어 스택을 빠르게 향상시킬 기회입니다.
또 다른 변수는 시장 판도 변화입니다. AMD가 OpenAI 한 곳만 보고 있기엔, 정작 다른 빅테크들은 각자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구글은 자체 TPU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췄고, 메타는 AI 전용 칩을 개발 중이며, 아마존도 독자 칩(Inferentia, Trainium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다행히 OpenAI·마이크로소프트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지만, 고객들이 언제든지 변심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할 것입니다. AMD는 이번 성과를 발판삼아 OpenAI 외에도 클라우드 업체나 연구기관 등 추가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 시장도 변수인데,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는 최고 사양 칩을 중국에 못 파는 대신 다운그레이드 모델을 내놓는 등 우회책을 쓰고 있습니다. AMD 역시 중국향 AI칩 전략을 모색하겠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떤 기회를 잡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요컨대 AMD는 OpenAI와의 동맹으로 1라운드 승리의 장외판정은 얻었지만,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국경 없는 협력, 그러나 곳곳에 경쟁 – 진격의 AI 동맹 시대
이번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 그리고 OpenAI와 엔비디아·AMD 사이의 복잡한 동맹 구조를 보면, 글로벌 IT 업계가 국경과 업종을 넘어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몇 가지 핵심 포인트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적의 적은 친구” – 경쟁 속 협력: 원래 그래픽칩 회사인 엔비디아가 자동차, 통신사, 인터넷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AI 연구소인 OpenAI가 CPU/GPU 제조사의 전략에 관여하는 시대입니다. 각자 부족한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 동지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동시에 다른 분야에서 만나면 또 경쟁자로 돌변합니다. 엔비디아 GPU를 쓰는 네이버는 한편으로 자체 AI모델로 OpenAI의 ChatGPT와 경쟁할 테고, 현대차는 엔비디아 칩을 쓰지만 완전자율주행 솔루션은 테슬라·구글과 경합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협력과 경쟁(co-opetition)이 교차하는 관계망이 현대 기술 산업의 특징입니다.
- AI 패권 다툼의 양상 – 패거리 vs 패거리: 예전에는 기업들끼리 1대1 경쟁 구도가 뚜렷했다면, 이제는 연합 대 연합의 전쟁에 가깝습니다. 엔비디아-OpenAI-마이크로소프트-한국 기업-미국 정부 등이 한 묶음이라면, 반대편에는 구글(자체 칩 + 자체 모델), 메타(오픈소스 모델 + 맞춤형 하드웨어), 그리고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및 화웨이(자체 AI칩) 등이 또 다른 블록을 형성합니다. 심지어 OpenAI와 구글은 경쟁하면서도, 모두 엔비디아 GPU를 쓴다는 점에서 일부분 이해관계가 겹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다자간 경쟁은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국가 vs 기업, 누가 주도? 국가 단위의 AI 투자와 전략도 중요해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26만개 GPU 도입을 공식 발표하고 국내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각국 정부는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업들과 손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기업(엔비디아, AMD 등)의 기술 우위를 지키려 하고, 중국은 자체 반도체 굴기를 다그치고 있죠. 재미있는 건, 정작 기술 표준과 생태계를 짜나가는 것은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국가들은 규제나 지원책으로 우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뿐, 글로벌 기업들은 국적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실리를 따라 움직입니다. 엔비디아가 필요하면 한국, 일본과 손잡고, OpenAI는 미국 기업이지만 AMD 지분을 취득하며, 삼성은 미국 기업과 협력해도 중국 시장도 노립니다. 영토와 언어를 초월한 기술 동맹이 펼쳐지는 한편, 그 밑바탕에는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 모두가 노리는 것 – 실리와 명분 둘 다:각 기업이 노린 것을 정리해보면 분명합니다. 엔비디아는 시장 장악력 강화와 공급망 확보를 원했습니다. 한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메모리·파운드리 등 생산 파트너도 얻었죠. OpenAI는 계속 성장할 연료(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한 우물에 의존하지 않을 자립성을 원했습니다. AMD는 존재감 부각과 수익 창출, 그리고 엔비디아 아성에 균열을 내길 바랐습니다. 한국의 삼성·현대차·SK·네이버는 자사 산업에 AI를 접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국내 AI 생태계 주도권을 잡으려는 명분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이 AI 산업혁명의 중심”이라 선포하며 정치적 성과를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효과를 노립니다. 이처럼 각자 얻을 이익(실리)을 확실히 챙기면서도, 한편으로는 “AI로 인류에 이바지”라든가 “동맹국 간 기술 협력” 같은 대의명분도 강조하면서 모두 체면을 세운 모습입니다.
마치 각자 다른 목적지로 가는 여행자들이 일시적으로 같은 기차를 타고 가는 모습인데요. 목적지는 달라도 일단 같은 선로에 있는 동안에는 협력하며 가는 겁니다. 엔비디아, OpenAI, AMD, 그리고 한국의 여러 기업들이 펼치는 이번 글로벌 AI 동맹과 경쟁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치맥을 곁들인 파트너들 간의 건배 속에, 세계 AI 판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지요. 앞으로 누가 이 거대한 판에서 주도권을 쥘지, 또 어떤 새로운 동맹과 경쟁이 나타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 시대의 승자는 혼자 힘이 아닌 협력하는 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실리와 명분을 위해 손을 맞잡는 이 거대한 흐름 자체가, AI 진보를 더욱 가속화하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오늘의 치맥 동맹이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또 새로운 챕터를 어떻게 열었는지 돌아볼 날이 올 것입니다. 흥미진진한 AI 삼국지의 다음 장을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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