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바닥난 신뢰, 무너진 언론의 역할

한국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에 따르면 한국인 중 오직 31%만이 뉴스 보도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48개국 중 37에 해당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일관성 없이 권력에 영합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행태가 반복된 결과다. 지난 1년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드러난 언론의 비정상적 행태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일관성의 부재, 권력 유착, 진실 왜곡, 사익 추구, 금품 비리 등 언론의 타락상을 고발함으로써, 언론계 스스로의 성찰과 변화가 절실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권력에 길들여진 언론: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는 감시견(watchdog)이어야 하지만, 한국 언론의 상당수는 권력자들의 애완견”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제1야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일부 주류 언론의 편파 보도를 두고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쓰고 왜곡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흘린 정보만 받아쓰는 법조 기자들의 관행을 꼬집으며 언론 본연의 사명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언론계는 이 발언에 집단 반발로 맞섰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언론단체들이 “조롱”, “비하”, “협박”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급기야 해당 정치인은 “언론계 전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정작 언론 불신에 담긴 국민의 경고에는 귀를 닫은 채,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는 한목소리로 반발한 셈이다. 심지어 권언유착 척결을 기치로 창간했던 진보 성향의 한겨레신문까지 이 대열에 가담한 모습은 언론계의 내로남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권력의 눈치만 살피며 집단 이익을 지키는 언론 풍토가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은 은밀하고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2024년에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불러 특별 만찬을 열었고, 그 자리에서 “내년부터 기자 해외연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약속이 나왔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정부 산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실제로 언론인 해외연수 인원을 올해 60명에서 내년 160명으로 1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계에서는 이를 두고 “까칠한 질문 하지 않은 대가로 받은 하사품”이라는 조소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만찬 당시 참석한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국민적 의혹이 쏠린 현안 – 이를테면 군 장병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 거부나 고공행진 중인 물가 문제 등에 대해 단 한 건의 날카로운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의 제안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곧바로 거액의 세금을 들인 해외연수 기회가 언론인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다. 정부와 언론 사이의 이런 은밀한 거래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언론 길들이기를 떠올리게 한다. 권력에 비판적이던 기자들을 대거 해직시키면서 남은 언론인들에겐 세제 혜택과 지원을 뿌려 입막음하던 전두환 정권의 회유책을 방불케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특혜성 조치에 대해 대부분의 주요 언론이 일제히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경쟁 언론사마저 많이 몰려들까 부끄러웠는지, 주요 언론 지면과 뉴스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룬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이 권력 앞에 스스로 입을 닫고 혜택을 누리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최근 전직 언론인 A가 거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 위기에 놓였으나 언론계의 태도는 선택적으로 달랐다. A씨는 한 유력 피의자로부터 거액을 받아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를 음해하는 인터뷰를 공모·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두고 “대선 개입 여론조작”이라는 전례 없는 용어를 쓰며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언론 자유 탄압이라는 쟁점이 걸린 중대한 사건임에도, 한국의 주요 언론 대다수는 이 사건의 본질을 철저히 외면했다. 평소 야당 정치인의 발언 마디에는 달려들던 언론단체들마저, 정권이 탐탁찮아하는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기자를 압수수색하고 기소한 사태 앞에서는 숨죽인 침묵했다. 오로지 한겨레신문만이 이 사건을 언론 탄압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다루었을 뿐이다. 권력의 눈 밖에 나는 보도에는 침묵하고, 권력이 주는 혜택에는 웃음 짓는 오늘의 언론—과연 누구의 편에 있는가? 권력과 유착되어 스스로 권력화된 언론의 민낯이 드러난 사례들이다.


진실보다 입맛 : 왜곡·오보로 얼룩진 보도

언론 본연의 책무는 진실 보도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수많은 언론 보도가 진실을 외면한 채 왜곡과 오보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언론사가 자신들의 입맛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을 비트는 행태, 또는 검증 없이 속보 경쟁에 매몰되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행태가 두드러졌다.

올해 4월, 한 국회의원 선거 후보를 둘러싼 대대적인 의혹 보도가 대표적 사례다. 몇몇 신문과 방송이 “해당 후보가 성범죄 사건 변론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을 가해자로 몰았다”는 취지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보수 일간지부터 진보 성향 신문, 공영방송까지 진영을 초월하여 이 의혹을 부풀렸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그 후보는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전격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언론들이 사실상 확인도 없이 받아쓴 해당 보도의 핵심 내용은 허위였던 것이다. 실제로 사건 당시 그런 발언을 한 이는 그 후보가 아닌 다른 변호사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결국 이투데이, 서울경제, 매일경제, 뉴시스,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 무려 10개 언론사가 줄줄이 정정 보도를 내는 사태로 이어졌다. 정정 보도문에서 이들 매체는 “사실 확인 결과 해당 후보는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기사를 바로잡았다. 최초 보도를 내보낸 KBS조차 한 달 넘게 정정을 미루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피해 당사자인 후보는 “기자들이 내 SNS만 들여다 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사실인데,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기사를 썼다”며 언론들의 무책임한 받아쓰기 관행을 탄식했다. 그는 또한 “언론 보도라면 다 진짜인 줄 알았는데, 직접 겪어보니 아무도 사실 체크를 하지 않더라. 속도 경쟁에만 몰두한 모습에 놀랐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번 허위 보도 사태는 언론의 부실한 사실 검증편향적 선정주의가 한 사람의 인생과 선거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런 오보가 정정되기까지 언론 내부의 견제 장치나 책임 의식이 얼마나 부재한지도 드러났다.

왜곡 보도는 비단 이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정 신문은 국가 기관의 공식보고 내용을 아전인수 격으로 비틀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가 다른 매체들까지 받아쓰는 오보 연쇄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일부 방송의 자막 실수나 과장 보도는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빚으며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잇따른 오보 참사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언론은 드물고 정정보도는 뒷북치기 일쑤다. 그 사이 잘못된 정보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되어 돌이키기 힘든 여론 왜곡을 초래한다.

이렇듯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카더라” 통신이나 조회 경쟁에 휘둘리는 보도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국민 다수는 이미 언론 보도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하고 있다. 잘못된 보도에 대한 사후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언론 스스로 진실의 수호자가 아니라 허위정보의 유포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무너진 일관성과 ‘침묵의 카르텔’ : 제 식구 감싸기

언론계 내부의 일관성 부재와 이중잣대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언론은 상대에 따라, 또는 사안에 따라 스스로 내세우던 원칙을 쉽게 뒤집는 모습을 보인다. 앞서 언급한 선거 후보 의혹 보도에서는 진보·보수를 막론한 매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는 입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언론사나 기자 본인들의 비리나 잘못이 드러난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를 보자. 지난 몇 년간 언론인이 연루된 각종 사건에서 다른 언론사들이 침묵하거나 최소한으로 다루는 경향이 뚜렷했다. 예를 들어, 과거 유력 일간지 기자가 서울시청 고위직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서류를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공무원이 아닌 기자가 관청에 무단침입해 자료를 훔쳐보다 적발된 중대한 취재 윤리 위반이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인 해당 신문은 물론, 다른 주요 언론들 중 단 한 곳도 이 사건을 지면에 싣지 않았다. 몇몇 방송만 겨우 단신으로 다뤘을 뿐, 당사자 매체와 그 계열사들은 완전히 함구했다. 언론인 스스로의 일탈에는 눈감고, 남의 잘못에만 가혹한 이중 행태를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언론시민단체는 언론계의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한 전형적 경우라 비판했다. 자기 허물은 덮고 남의 흠만 들춰내는 언론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언론 윤리를 크게 훼손한다.

이러한 언론 카르텔은 비단 취재윤리 문제뿐 아니라 권력 비판의 이중기준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언론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권력, 혹은 자신이 편드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정부나 기업의 비리가 폭로되더라도 자신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사안이면 대대적으로 다루지 않고 묻어버리기 일쑤다. 반면 비판해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에게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부풀려 공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선택적 정의감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보도 태도는 언론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더 나아가, 언론계 전체가 기득권 수호를 위해 한통속이 되는 모습도 확인된다. 앞서 야당 정치인의 ‘애완견’ 발언 파문에서 보듯, 평소 노선이 첨예하게 다른 언론들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일제히 결집했다. 자신들이 매일 대중과 정치권을 향해 쏟아내는 비판에는 엄격하면서도, 막상 언론 스스로를 향한 비판에는 한목소리로 방어막을 치는 태도야말로 언론계의 성역의식을 보여준다. 심지어 권력을 감시하겠다며 창간한 언론조차 이럴진대, 기존 거대 언론들의 폐쇄성과 오만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내부 문제가 드러나면 서로 눈감아주고, 외부의 비판에는 집단 방어로 일관하는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언론은 스스로를 개혁할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 것이다.


금권과 사익에 흔들리는 기자정신: 뇌물과 상업주의의 덫

언론의 타락상을 논하면서 금품 비리와 사익 추구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법적·윤리적 장치가 강화되었다 하나, 여전히 크고 작은 뇌물 수수와 상업주의 폐해가 언론계를 좀먹고 있다.

우선, 금권에 영혼을 언론인들의 일탈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가 있다. 앞서 언급한 전직 언론인 A씨는 거액의 돈을 받고 특정 권력형 비리 사건의 거짓 인터뷰를 공모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이 사건은 사실상 언론인이 돈을 받고 선거에 개입한 매수 Journalism으로, 언론 윤리를 뿌리부터 흔드는 충격적인 일이다. 비록 A씨 개인의 일탈이라 하나, 해당 인터뷰를 보도한 인터넷 매체까지 포함해 언론계 전반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다. 돈 앞에서 진실을 저버린 언론인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사건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언론계 차원의 자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금품에 흔들리는 언론의 문제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특히 광고와 협찬을 둘러싼 상업주의적 보도 관행은 “언론이 돈의 애완견이 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실제로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신문사에서 적발된 소위 기사형 광고’(광고를 기사처럼 가장한 보도)가 수천 에 달했다. 기업이 돈을 내고 긍정 기사나 홍보성 기사를 싣고도, 겉으로는 객관적 기사인 양 기자 이름까지 달아가며 독자를 속이는 경우다. 심지어 일부 중앙 일간지들은 아예 정부 부처로부터 거액의 비용을 받고 정책 홍보 기사를 뉴스 기사처럼 싣는 일도 있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건당 3천만 원을 받고 정부 정책 홍보성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런 행태는 언론사가 돈으로 기사 내용을 사고파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언론 윤리상 용납될 수 없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 써준다”는 식의 타락한 저널리즘에 국민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역 언론과 인터넷 매체들 사이에 만연한 사이비 기자’ 문제도 심각하다. 이들은 언론의 외피를 쓰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상대로 광고비나 협찬금을 뜯어내는 행위를 일삼는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실명으로 지목한 악성 유사언론 매체만 160에 달하며,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이러한 악질 매체를 가려내기 위해 올해 “워스트 언론” 명단을 발표하고 광고주들에게 광고 집행 제한을 권고하기로 했다. 실태 조사 결과 일부 매체들이 근거 없는 부정기사를 남발한 이를 빌미로 광고를 요구하거나, 기업 경영진 사진과 실명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수법 등이 확인되었다. 실제 적발 사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5월 전북지역에서 비판 기사를 쓰겠다”협박해 지자체 홍보예산을 갈취한 인터넷 언론 대표가 2년간의 재판 끝에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어 같은 수법으로 지자체와 건설사에 광고비를 요구한 사이비 기자 12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런 현실은 언론이라는 이름을 사칭해 공갈행위를 일삼는 세력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준다. 정작 진짜 기자들 사이에서도 “저런 가짜 기자들 때문에 전체 언론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한탄이 나온 지 오래다.

언론인의 개인 영달 추구는 금품 수수 형태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부 기자는 취재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인사 청탁이나 편의를 받는 일이 암암리에 이어져 왔다. 또 일부 연예부 기자나 스포츠 기자들은 기획사나 구단으로부터 향응을 받고 우호적인 기사를 써주는 은밀한 거래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다. 비록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기자들의 노골적인 금품수수는 줄었다지만, 골프 접대, 상품권 제공, 해외 출장 대납 등 변칙적 수법으로 언론 로비가 이뤄진다는 증언도 끊이지 않는다. 언론사 경영진과 대기업 간의 밀실 거래나 사주(社主)와 정치권의 이권 나눠먹기 의혹 또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사익 추구는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나 다름없다.


타락의 유령을 몰아내려면

하나의 유령이 한국 언론계를 배회하고 있다. 타락이라는 유령이.” 이는 오늘날 한국 언론 현실을 향한 신랄한 풍자이자 경고다. 지난 1년간 드러난 언론계 곳곳의 부정상은 이 “타락의 유령”이 더 이상 방치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권력의 입맛에 길들여진 언론, 진실을 외면한 왜곡 보도,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이중잣대, 돈과 사리사욕에 흔들리는 기자정신… 이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오늘날 언론 불신과 위기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필수 공기와 같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언론은 신뢰를 잃고 “공기”가 아닌 “공해”로 취급 받고 있다. 언론 스스로 특권 의식과 구태를 털어내고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언론을 등을 돌리고 사회 공론장은 악성 루머와 선동으로 채워질 위험이 크다. 언론인 개개인은 자신이 쓴 오보 한 줄, 자신이 놓친 비리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불신의 벽을 쌓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사 경영진은 당장의 이익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보다 언론의 명예와 신뢰 회복이 장기적으로 자신의 생존임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 내부의 자정 노력과 윤리 의식 강화다. 언론 스스로 팩트 체크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잘못에는 신속히 책임지는 문화를 정착 시켜야 한다. 또한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권력이든 시장이든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일관되게 진실 편에 서는 언론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권력의 애완견이 아닌 민주주의의 충실한 감시견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언론 앞에 배회하는 타락의 유령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사회에 돌아온다. 지난 1년간 드러난 부끄러운 민낯을 거울삼아, 이제라도 언론은 뼈를 깎는 혁신과 각성에 나서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타락한 언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순간도 늦지 않았다. 언론이 스스로 변화의 칼을 들지 않는다면, “언론 개혁”의 거센 회초리를 들게 될 것은 다름 아닌 국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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