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논리 없이 떠들기만 하고 자신이 무조건 옳아야 한다고 우기는 부류”를 우리는 흔히 관종이라 부른다. 이들은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며 공연히 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주목받으려 한다. 심리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주의 끌기 행동(attention-seeking)의 이면에는 대부분 낮은 자존감, 불안, 외로움 같은 내면적 결핍이 자리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심리 전문가들은 “주의를 끌기 위한 행동은 자존감 결핍에서 시작되곤 한다”고 말하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이들을 연극적 인격(histrionic personality) 성향으로 분류하며 “극적인 감정 기복과 과도한 주목 욕구”로 특징 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클리닉의 설명처럼 이들은 ‘주목을 받기 위해 때론 부적절할 정도로 과장되게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도 만듭니다.

주목받기를 갈망하는 관종들의 행동양식은 대체로 비논리적이고 과장된 경우가 많다. 주변이 자신에게 맞장구쳐주지 않으면 소리와 자극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런 행동을 ‘공포(무시당함에 대한) 표현’이자 ‘내적 불안 보상’일환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관종은 비합리적인 주장을 내세워서라도 모두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현재 이미지: 관종


매일 발생하는 관종쇼

정치·사회적 인물이 만든 코미디 같은 장면들이 최근 빈번히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정권의 내란 재판에서는 사건 관계자들의 언행이 극단적으로 비상식적이기로 유명하다.

  • 변호인단의 난동: 내란 피고인의 변호인 중 두 사람이 한덕수 전 총리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과 함께 들어가겠다고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이들은 재판부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우왕좌왕하다 감치(법정 구류) 15일을 선고받았지만,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는 트릭으로 곧 풀려났다. 그런데도 이들은 그날 저녁 극우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자신을 제지했던 판사를 향해 “우리 팀에 대적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 “이놈의 XX는 죽었어”와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한 변호사는 “우리는 당당했다. 판사가 벌벌 떨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자신들을 비판하는 검·경찰, 판사를 향해 쏟아내는 욕설과 협박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 재판정 코미디: 그 외 재판 정황 자체도 촌극 수준이다. 재판을 중계하자 ‘재판 쇼’로 만들려 애썼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실제로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일부 재판 장면을 중계 허용하자, 김 여사(김건희)는 증인 심문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들것(침대) 위에 눕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돌려보내면 어떠냐”는 변호인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침대가 법정에 들어와 김 여사는 기댄 채 재판을 이어갔다. 언론은 이 장면을 두고 “재판이 개그 무대 같았다”고 지적했다.
  • 증인석 쇼핑: 탄핵 위기에도 증인 출석은 쇼를 방불케 한다. 예를 들어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불린 윤 전 대통령은, CCTV에 잡힌 계엄 지시 내용을 두고 ‘1지나 기억이 나므로 단위로 물으면 답하지 않겠다’며 기자처럼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 1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기억이 정확치 않다”는 그의 발언은 말 자체는 얼추 그럴듯해도, 떳떳하지 못해 보인다는 비난을 샀다.
  • 판사의 묘수: 재판장마저 ‘관종’처럼 주목을 받았다. 중간중간 판사의 비상식적 판결이 논란이 됐다. 한 예로, ‘지귀연 판사’는 대부분의 판사가 사용하지 않던 방식으로 구속기간 산출을 해 윤석열의 구속영장을 사실상 취소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구속집행 기간을 일(날수)이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 적용했는데, 사법부 75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조치였다. 이 황당한 계산법으로 윤 전 대통령은 소환 며칠 만에 선고 대신 풀려났고, 그 광경을 두고 비웃음과 분노가 동시에 쏟아졌다.
  • 황당한 온라인 망언: 한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겨냥해 “한강 작가의 보편적 가치? 난 반대일세”라고 주장하며 세간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전통 가치와 맞지 않다’며 비난한 이 글은 내용은 뒷받침도 없이 지나치게 기이해, 여론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 그 외 연예인·일상 사례: 연예계·일상에서도 비논리와 자기중심적 태도의 ‘관종’이 등장한다. 가령 KBS 한 아나운서는 예능에서 “저는 솔직히 OOO 선배처럼은 못 산다…누군가의 서브가 되어서는 못 산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평범한 일상이 언급될 때조차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극화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관종 행태다. 이렇듯 정치인이 아니어도, 유명인과 일반인 사이에도 자기 주장을 과장된 표현으로 내뱉는 예가 잇따른다.

관종에 대한 현명한 대응: 무관심

이런 비논리적 관종을 대할 때 정상적인 사람들이 취해야 할 자세는 무관심이다. 심리 전문가들도 “관종에게 반응하면 그들의 행동을 강화하는 셈”이라며, 일단 거리를 둘 것을 권고한다. 심리 상담가 바튼 골드스미스 박사는 “상대가 극단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라(not participating)”고 조언한다. 즉, 상대를 흥분시키고 과시욕에 불을 붙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반응을 끊으면 결국 관종의 에너지를 소진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국가의 중대한 이슈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책임감을 갖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논리 없이 허세만 부리는 듣보잡 관종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주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놀음판에 끌려 들어가는 길입니다. 앞서 본 사례들처럼 아무리 황당한 발언이라도, 그들이 원하는 건 반응이다. 우리가 냉소적으로 비판하긴 해도 실제로는 무덤덤하게 넘어가게 되면 그들은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전 정권의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논리와 억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관종 짓을 하는 부류들까지 무관심을 가지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내가 속한 나라의 중요한 일이고, 이상한 언행으로 이 판을 흔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쇼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개인으로서 그 과정에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관종들의 언행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커넥션과 부조리, 부정이 있을 겁니다. 그러한 것들을 다루는 사람들이 현재 재판장에는 따로 있으니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내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관종들은 가볍게 무시해주는 정도로도 얼마든 내 일상에 평화라는 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정신없고 바쁘고 할 게 많은 시대입니다. 이상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게시됨

카테고리

작성자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